넷플릭스에서 2025년 3월에 공개된 미니 시리즈 '소년의 시간(Adolescence)'은 원테이크로 촬영된 4부작 드라마로, 각 에피소드가 60분 내외의 분량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필립 바라티니 감독과 스티븐 그레이어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13세 소년 '제이미'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화제의 작품인지라 지난 주말에 정주행 완료하신 분들도 꽤 있으실 듯 합니다.
작품 정보
- 장르: 범죄, 스릴러, 드라마, 미스터리
- 러닝타임: 총 4부작 (시즌1)
- 감독: 필립 바라티니
- 주연: 스티븐 그레이어, 앰버리 월터스, 에론 도허티, 조지 쿠퍼
- 제작/배급: 넷플릭스
- 공개일: 2025년 3월 13일
원테이크 촬영의 묘미
'소년의 시간'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에피소드가 원테이크(One-take)로 촬영되었다는 점입니다. 60분 분량의 한 편의 에피소드가 화면 컷팅 없이 원테이크로 한번에 촬영이 진행되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실시간 현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의 테이크로 모든 스토리가 진행되기에 모든 배우들의 연기와 카메라가 대단히 유기적으로 움직이는데, 이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에피소드 1: 제이미의 체포와 경찰서 조사
1화는 평범한 가정, 평범한 부모 아래에서 자란 13세 소년 '제이미 밀러'가 체포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첫 씬 근처에서 경찰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 영상이 차를 타고 이동하여 제이미 집으로 이동하고 그 앞에 총을 든 요원들이 현관을 부수고 잠입하여 2층으로 올라가 제이미를 체포하기까지 다 원샷입니다. 그냥 초반부터 몰입도가 장난아니었죠.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원샷입니다. 드라마 시간이 60분 정도 되는데 그 만큼의 시간만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것이죠. 중간 시청자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은 그들이 걷고 있을 때 정도인 듯 합니다. 사운드도 다소 노이즈캔슬링처럼 아웃시켜주죠. 그런식으로 같은 장소에서는 페이드아웃, 페이드인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장소를 이동해 전환합니다.
여하간 그렇게 13살짜리 소년이 구금되는 수순부터 대면 질의하기까지 낱낱이 공개됩니다. 아이가 무서워하지만 체포 된 대상이니만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그를 대하는 모습들이 생소하기도 하고 관심있게 보았네요.
제이미는 울기도 하고 불안해하며 자기는 아니라고 어필하였지만 경찰이 확보한 CCTV에서는 사건 예정 시각에 제이미가 케이티의 뒤를 쫓아가고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 케이티를 가해하는 장면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CCTV가 공개된 이후 제이미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아버지는 굳어있다가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에피소드 2: 진실을 찾아 나서는 형사들
2화에서는 제이미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두 형사가 제이미의 학교를 찾아가 친구들을 탐문하는 에피소드가 그려집니다. 루크 버스캇 형사와 프랭크 형사는 함께 학교로 찾아가 범죄에 사용된 칼을 찾고 또 다른 증거들을 듣기 위해 여러 학생들을 만납니다.
알고보니 케이티는 제이미를 놀리던 여학생 중 한명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 때 처음으로 인셀이란 단어를 알게되었네요. 현재 형사들에게는 혐의 증거품을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제이미가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 중 한명이 제이미에게 칼을 주었다는 것을 알고 그도 체포하게 됩니다.
*인셀 : 비자발적 순결주의자 또는 비자발적 독신주의자. 이것을 본인이 주장한다기보다는 상대를 조롱하는 의미로 쓰인다. '너 연애하고 싶어도 못하잖아'라는 상대에게 못을 박는 아주 나쁜 말인데 꽤 높은 비율로 그 대상이 주로 남성이 된다. 이러니 점차 성별 혐오가 생기지... 아주 큰 사회적 문제이다.
에피소드 3: 심리 분석의 시간
3화는 이슈가 터진 회차이자,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의 백미이기도 합니다. 청소년 상담사 아리스타가 제이미를 상담하는 과정이 60분에 걸쳐 진행되는데, 아리스타는 제이미가 어떤 남성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자를 지배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성적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합니다.
제이미는 아리스타의 질문에 어린아이처럼 대답하며 답을 하기도 하고, 냉철하고 날카로운 대답을 하기도 하고, 예상 외의 공격성과 편협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느낀 포인트를 순서대로 보면.
- 케이티의 가슴 사진이 공유 되었다 : 처음에 애시당초 가슴 사진을 왜 줬을까? 라는 질문에 '글쎄요, 그 남자애가 좋았나보죠' 라고 답하는데요, 여기서 두 가지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그 남자애를 좋아해서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시원하게 옷을 깐 사진을 보냈다. 혹은 본의아니게 찍혔다입니다. 어느 쪽이어도 문제입니다. 여하간 무슨 의도였던지 케이티는 본인의 가슴 사진이 그렇게 전교에 뿌려지길 원한지는 않았을것입니다. 여기서 먼저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은 케이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약해진 케이티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 '케이티는 가슴도 작고 제 스타일은 아니에요'라면서 데이트는 신청했죠. 약해진 여자는 날 만나주지 않을까? 기대한 것입니다. 제이미는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는지 스스로 그런 것인지 제이미는 스스로를 이미 인셀로 만든것이었죠. 케이티는 그의 데이트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제이미의 인스타에 인셀 저격 댓글을 달게 됩니다.
- 난 칼을 들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 칼을 들었음에도 다른 남자들이었으면 그녀의 가슴을 만지려 했을텐데 난 안그랬다. 이렇게 말한 것도 소름이었는데 이후 샌드위치를 집어 한 입 베어물죠... 그렇습니다. 제이미의 머릿속에는 케이티의 죽음은 별 상관, 아무 느낌이 없습니다. 아리스타가 묻죠. '너 죽음의 의미를 아니? 그 아이의 인생이 사라졌어.'
에피소드 4: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
마지막 4화는 사건 발생 일 년 반이 지난 시점으로, 제이미의 가족들의 생활을 보여줍니다. 아들이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 역시 주위 사람들로부터 경멸을 당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편 아버지가 페인트를 사러 철물점에 갔는데, 철물점의 직원이 제이미의 아버지를 알아보며, "지금 이 사건이 온라인 상에서 매우 이슈가 되고 있다, 사건이 조작된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아마 찬반으로 박이 터지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 여성vs남성 구조로 싸우고 있을거에요.
아버지는 그냥 뒤돌아섰지만 곧 감정이 폭발해버리고 거칠게 쏟아낸 후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 와중에 제이미가 전화를 해서 그날 유죄를 인정하고 감형을 받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전합니다. 부모들은 우리가 잘 못 키운 것은 아닐까 자책하며 눈물을 쏟아내죠.
생일이었던 아버지를 위로하는 딸을 보며 어떻게 우리 사이에서 저런 아이가 자랐지? 하는데 어머니는 '제이미와 똑같이' 라고 말합니다.
감상평
주연 배우들, 특히 제이미 역을 맡은 조지 쿠퍼의 연기는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13세 소년의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냉철함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입니다. 스티븐 그레이어 역시 제이미의 아버지 에들리 역으로 출연해 깊은 감정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카메라맨이 인물을 쫓으며 따라가다가 드물에 부딪치거나 항공샷을 찍기도 하고 인물을 따라가다가 차량 본넷 위해 장애물을 찍기도 하는 등 여러 트릭이 있었지만, 눈에 띄게 그것을 의식하게 되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로튠토마토에서는 관객 점수 75%를 기록하고 있으며, IMDb에서는 8.5/10이라는 꽤 높은 평점을 받고 있습니다. 전문가 평론은 98%의 긍정적인 평가와 일반 시청자 76%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대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5년 3월 18일 기준 넷플릭스 전세계 TV프로그램 시리즈 차트 순위에서 '소년의 시간'이 1위로 올라섰습니다.
띵작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일반적인 범죄 스릴러물처럼 범인 추적을 속도감 있게 만들어가는 그런 작품은 아닙니다. 한 회마다 어떤 상황과 인물만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그것을 원테이크로 그려내는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그 상황 속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짧은 4부작이지만 회를 거듭할 때마다 하나의 퍼즐이 맞춰지며 점점 더 깊이 현대 사회의 문제에 접근해 들어가게 됩니다.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괴롭힘과 폭력, 사이버 범죄 같은 사회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들며 마무리됩니다. 심지어 낙인 찍힌 이의 부모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10대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님이라면 반드시 감상해 보시길 권유합니다. 원테이크라는 독특한 촬영 방식과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출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까지 모두 갖춘 '소년의 시간'은 2025년 넷플릭스의 숨은 명작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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