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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버스'의 스토리보드, 시각적 기술

by 오티티가이드 2025. 2. 1.

영화 스파이더버스
영화 스파이더버스

2018년 개봉한 '스파이더맨: 인투 더 스파이더버스'는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밥 퍼시케티, 피터 램지, 로드니 로스먼 감독이 이끈 이 작품은 기존 애니메이션의 문법을 완전히 뒤바꾸며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는데요. 특히 코믹북을 완벽하게 움직이는 그림으로 구현해낸 스토리보드 작업은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탄생

영화는 브루클린 출신의 고등학생 마일스 모랄레스가 방사능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얻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가 능력을 제대로 다루기도 전에, 킹핀의 차원 충돌 실험으로 인해 다른 평행우주의 스파이더맨들이 그의 세계로 모여들게 되죠.

마일스는 중년의 피터 B. 파커, 스파이더-그웬, 스파이더맨 누아르, 스파이더-햄, SP//dr을 조종하는 페니 파커 등 다양한 버전의 스파이더맨들을 만납니다. 이들과 함께 킹핀을 막고 각자의 우주로 돌아가야 하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마일스는 진정한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해가죠.

코믹북을 움직이는 기술

'스파이더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만화책 특유의 질감을 애니메이션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스토리보드 단계에서부터 벤데이 도트, 하프톤, 액션 라인 등 전통적인 만화책의 시각적 요소들을 적극 활용했는데요. 이를 위해 제작진은 새로운 렌더링 기술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프레임 레이트의 전략적 활용입니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이 초당 24프레임으로 부드럽게 움직인다면, '스파이더버스'는 의도적으로 초당 12프레임을 사용해 코믹북의 독특한 움직임을 구현했죠. 여기에 2D와 3D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기법을 더해, 전에 없던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냈습니다.

멀티버스의 시각적 표현

각각의 스파이더맨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일스의 역동적이고 거친 스트리트 아트 스타일은 그의 젊은 에너지를, 중년의 피터 파커는 약간 흐릿한 화질과 둔탁한 움직임으로 그의 권태로움을 표현했죠. 스파이더-그웬의 파스텔톤 색채와 우아한 움직임, 스파이더맨 누아르의 흑백 필름 느낌,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스파이더-햄까지, 각 캐릭터의 개성은 스토리보드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계획되었습니다.

브루클린이라는 도시 공간도 마일스의 시선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됩니다. 그래피티로 가득한 거리, 지하철의 형광등 불빛, 밤거리의 네온사인들이 만화적 요소와 결합되어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만들어냈죠.

스토리보드와 연출의 혁신

마일스의 성장 과정은 시각적으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초반의 어설픈 웹슬링잉은 불안정한 카메라 워크와 흐트러진 구도로 표현되다가, 점차 자신감을 얻으면서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장면으로 변화합니다. 특히 "무슨 일이 일어나도 멋지게 해내면 돼"라는 대사와 함께 펼쳐지는 마지막 활강 장면은 이러한 변화를 완벽하게 보여주죠.

가족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도 혁신적입니다. 마일스와 아버지의 대화 장면에서는 경찰차 라이트가 만드는 그림자가 두 사람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을 시각화하고, 삼촌 아론과의 친밀한 순간들은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됩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의 새로운 발견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의 기술 감독 대니얼 캔터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스파이더버스'의 제작 과정에서 개발된 새로운 렌더링 툴 'INK'는 현재 업계 표준이 되어가고 있죠.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의 한 학생은 자신의 졸업 작품에서 이 기술을 활용해 전통 수묵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냈습니다.

파리의 굽 스튜디오에서는 '스파이더버스'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에 얽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애니메이터의 상상력이 기술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상상력을 따라가기 시작했죠." 수석 개발자 마리 뒤부아의 말입니다.

도쿄의 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일본 전통 우키요에 판화 기법을 3D 애니메이션에 접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영감의 원천? 바로 '스파이더버스'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전통과 혁신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줬어요. 우리의 문화적 유산을 첨단 기술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죠."

이처럼 '스파이더버스'의 영향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혁신의 시작점에는 언제나 스토리보드가 있었죠. 한 장의 스케치에서 시작된 상상력이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바꾸어가고 있는지,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목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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