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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공간 구도 설정으로 나뉜 세계

by 오티티가이드 2025. 2. 10.

영화 기생충
영화 '기생충'

빗물은 항상 아래로 흐르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운 이 자연의 법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냅니다.
한 장면 한 장면마다 공들여 설계된 공간구도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수직으로 나뉜 세계

기생충의 공간구도는 크게 세 개의 층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박사장의 저택은 언덕 위에, 기우네 집은 반지하에, 그리고 깊숙한 지하에는 또 다른 세계가 숨어 있죠. 이 수직적인 배치는 단순한 위치의 차이가 아니라, 각 인물들의 사회적 지위와 심리 상태를 반영해요.
기택네 가족이 사는 반지하는 창문 너머로 취객들의 다리만 보이는 곳입니다. 땅 위와 땅 아래의 경계에서, 그들은 늘 빛과 어둠 사이를 오가죠. 촬영 팀은 이 공간을 담을 때 의도적으로 낮은 앵글을 사용했다고 해요. 창문 너머 지나가는 발길과 눈높이가 비슷한 구도를 만들어,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기택네의 시선을 공유하게 됩니다. 반면 박사장네 집의 공간구도는 철저히 수평적이에요. 넓은 잔디밭과 탁 트인 창, 길게 뻗은 복도까지. 모든 것이 여유롭고 안정적으로 보이죠. 하지만 이런 평화로운 구도는 기택네 가족이 하나둘 침입하면서 서서히 무너져갑니다.

계단이 만드는 서사

영화 속 계단은 단순한 이동 공간이 아닌, 서사를 만드는 중요한 장치예요. 기우가 처음 박사장네 집을 찾아갈 때 오르는 긴 계단부터, 비 오는 날 기택네 가족이 반지하 집을 향해 달려 내려가는 계단까지. 이 수직적 공간구도는 인물들의 사회적 상승과 하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촬영감독은 계단 장면마다 다른 렌즈를 사용했다고 해요. 상승의 순간에는 망원렌즈로 계단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하락할 때는 광각렌즈로 계단을 더 길고 가파르게 표현했죠. 같은 계단이지만, 오르내리는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전달하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폭우가 쏟아지는 날, 기택네 가족이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에요. 높은 곳에서 시작해 점점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과정이 마치 단테의 '신곡' 같은 구조를 보여주죠. 여기서 공간구도는 그들의 사회적 추락과 심리적 나락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숨겨진 공간의 비밀

지하 벙커는 이 영화의 공간구도에서 가장 충격적인 발견입니다.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박사장네 저택이 품고 있는 어두운 비밀이죠.
이 공간을 발견하는 순간, 그동안 수평적으로만 보였던 저택의 구조가 갑자기 수직으로 확장됩니다. 촬영팀은 지하 공간을 담을 때 독특한 기술을 활용했다고 해요. 좁은 공간에서도 답답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명을 최소화하고, 벽면 가까이에서 광각렌즈로 촬영했죠.
벙커 안에서 울리는 모스부호 소리는 마치 저택 자체가 품고 있는 죄책감처럼 들려요.
세트 디자인 과정에서도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합니다. 지하 벙커의 콘크리트 벽은 실제보다 더 촘촘한 무늬로 특수 제작했어요. 이는 마치 쥐가 갇힌 우리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였죠. 좁은 계단과 낮은 천장도 의도적으로 설계된 거랍니다.
이 모든 공간이 실제로 사이즈로 만든 세트로 제작진은 각 공간의 구조를 세밀하게 계산해서 만들었답니다. 예를 들어 반지하 집의 창문 높이는 실제 보도와 비슷한 높이로 설계했고, 박사장네 저택은 채광을 고려해 특정 각도로 지어졌죠.

색으로 말하는 공간

공간구도는 색감으로도 완성되어었습니다. 박사장네 집은 따뜻한 자연광이 가득한 반면, 기택네 반지하는 차가운 형광등 빛이 지배적이죠. 이런 빛의 차이는 두 가족의 삶의 온도 차이를 보여줍니다. 박사장네 저택은 따뜻한 베이지톤과 원목의 브라운 컬러를 기본으로 했죠. 여기에 대형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더해져서 마치 모든 것이 풍요롭게 빛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기택네 집은 축축한 회색 콘크리트 벽에 푸른빛이 도는 형광등 조명을 사용했어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도 건물 사이로 굴절된 간접광이라 항상 어둡죠.
촬영감독은 이 공간을 찍을 때 의도적으로 노출을 낮췄다고 해요. 밝기뿐만 아니라 채도까지 조절해서 생기 없는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공명하는 공간의 소리

각 공간의 음향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대변합니다. 기택네 반지하는 바깥 소음이 고스란히 들리는 반면, 박사장네 저택은 마치 진공 상태처럼 조용하죠. 사운드 디자이너는 이런 차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 공간마다 다른 녹음 기법을 사용했답니다. 반지하 씬을 촬영할 때는 여러 개의 마이크를 창문 가까이 설치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취객들의 소리, 빗소리까지 모든 것을 생생하게 담아내려 했죠. 심지어 창문을 통해 들리는 소리의 주파수 대역을 실제 유리창의 공명 주파수에 맞췄다고 하네요.
박사장네 저택에서는 방음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두꺼운 벽과 이중창이 만드는 고립된 공간감을 표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소리를 제거하는 작업을 거쳤죠. 그래서 비 오는 장면에서도 빗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요. 이런 청각적 차이가 두 세계의 단절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냅니다.

오브제가 들려주는 이야기

공간을 채우는 물건들도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해요. 박사장네 집에는 값비싼 장식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반면, 기택네 집에는 생활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있죠. 예를 들어 박사장네 거실에 놓인 미니어처 인디언 텐트는 그냥 실내 인테리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늘 따듯하고 안락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 한번쯤 일탈하고 싶어하는 로맨틱한 시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반면 기택네 집의 쌓여있는 빨래, 술병, 생활용품들은 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소품 배치에도 공들였다고 해요. 박사장네 집의 물건들은 모두 완벽한 각도로 정렬되어 있죠. 마치 미술관의 전시품처럼요. 하지만 기택네 집에서는 의도적으로 물건들을 비스듬히 놓거나 쌓아두었답니다. 이런 배치의 차이는 두 가정의 삶의 방식과 여유를 대비시켜요.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공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패러사이트'의 모든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냈죠. 창문의 높이, 계단의 방향, 빛의 양, 물건의 배치... 이 모든 것들이 등장인물들의 현재 위치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이 공간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 어딘가에 존재해요. 높은 언덕 위의 저택과 지하의 둥지, 그 사이의 수많은 층계들. 우리는 매일 이 공간들을 스쳐 지나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죠. 당신은 지금 어떤 공간에 서 있나요? 다시봐도 재미있을 영화 '기생충'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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