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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문라이트', 한 영혼을 그리는 세 명의 배우

by 오티티가이드 2025. 2. 1.

영화 문라이트
영화 문라이트

2016년 개봉한 '문라이트'는 한 인물의 세 시기를 서로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배리 젠킨스 감독의 이 대담한 캐스팅 결정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특히 마허샬라 알리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의 예술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흑인 소년 카이론의 성장기를 그린 이 영화는 배우 선택에서부터 남다른 진정성을 보여줬습니다.

세 챕터로 그려진 한 영혼의 여정

'문라이트'는 'Little', 'Chiron', 'Black'이라는 세 챕터로 구성됩니다. 마이애미의 빈민가에서 자란 카이론은 마약 중독자인 어머니와 학교의 괴롭힘 속에서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이때 만난 마약 딜러 후안(마허샬라 알리)과 그의 여자친구 테레사는 카이론에게 피난처가 되어주죠.

십 대가 된 카이론은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더욱 혼란스러워합니다. 유일한 친구이자 첫사랑인 케빈과의 해변가 키스는 그의 인생을 바꾸는 순간이 되지만, 이후 벌어진 사건은 카이론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성인이 된 카이론, 이제는 'Black'이라 불리는 그는 겉으로는 강해보이지만 내면의 상처는 여전합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케빈과의 재회는 그의 진정한 자아를 마주하게 만드는데요. 이렇게 한 인물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 그린 이 영화는, 캐스팅의 비밀을 알고 보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세 시기의 카이론을 찾아서

어린 카이론 역의 트레반테 로즈는 마이애미의 공립학교에서 발굴된 신인이었습니다. 캐스팅 디렉터 요나 S. 킹은 "트레반테의 눈빛에서 카이론의 외로움이 보였다"고 회상합니다.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성격, 그러면서도 깊은 내면의 강인함을 지닌 카이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 것이 캐스팅의 결정적 이유였죠.

십 대 카이론을 연기한 애슈턴 샌더스는 400명이 넘는 후보들 중에서 선택되었습니다. "애슈턴은 카이론의 혼란스러운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미묘한 표정 연기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어요"라고 젠킨스 감독은 말합니다. 특히 첫사랑 케빈과의 해변 장면에서 보여준 섬세한 감정 표현은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성인 카이론 역의 트레본 로즈는 세 배우 중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되었습니다. 젠킨스 감독은 "트레본이 오디션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전 두 배우의 카이론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말했죠. 강해진 외면과 달리 여전히 상처받기 쉬운 내면을 지닌 캐릭터의 양면성을 완벽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캐릭터의 연속성 구축

세 배우는 캐릭터의 일관성을 위해 서로의 연기를 연구했습니다. 특히 눈빛과 걸음걸이, 말투의 리듬감을 공유하기 위해 함께 워크샵을 진행했다고 해요. 트레반테가 만든 카이론의 특징적인 고개 숙이는 습관은 다른 두 배우에게도 이어져,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캐릭터의 본질을 보여주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의상 디자이너 캐롤린 벳스는 각 시기별로 카이론의 외적 변화를 섬세하게 디자인했지만, 동시에 그의 본질적인 모습을 상징하는 특정 색상과 스타일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파란색은 카이론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색으로, 세 시기 모두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했죠.

주변 인물들의 시간성

나오미 해리스가 연기한 카이론의 어머니 폴라는 마약 중독에서 재활에 이르는 긴 여정을 보여줍니다. 해리스는 단 3일간의 촬영으로 이 복잡한 캐릭터의 수십 년을 담아냈는데요. "매 테이크마다 다른 시기의 폴라를 연기해야 했어요. 의상과 메이크업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연기로만 시간의 흐름을 표현해야 했죠."

재넬 모네가 연기한 테레사는 카이론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였습니다. 모네는 캐릭터의 나이 변화를 위해 특별한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테레사의 목소리 톤과 걸음걸이를 시기별로 조금씩 다르게 설정했어요. 하지만 카이론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만큼은 변함없이 유지했죠."

캐스팅 디렉터의 증언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였어요." 캐스팅 디렉터 요나 S. 킹의 회고입니다. "한 인물을 세 명의 배우가 연기한다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죠. 게다가 우리는 유명 배우들을 쓸 만한 예산도 없었고요." 하지만 이 제약은 오히려 축복이 되었습니다. 마이애미 현지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신인 배우들은 카이론의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냈습니다.

킹은 특히 배우들 간의 케미스트리 테스트를 중요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개별 연기력만 보지 않았어요. 서로 다른 시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모여 리허설할 때, 그들 사이에서 카이론이라는 한 영혼이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했죠." 실제로 세 배우는 촬영 전 2주간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연기를 관찰하고 연구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오디션에서 탈락한 배우들의 반응이었어요." 킹의 말입니다. "그들은 이 영화가 특별하다는 걸 알았고, 비록 캐스팅되지 못했지만 이 작품의 일부가 되고 싶어 했죠. 어떤 배우들은 엑스트라로 참여하겠다고 자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열정이 영화의 진정성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되었다고 그녀는 회상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라이트'의 매력은 더욱 깊어집니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세 배우의 섬세한 연기 호흡이, 두 번째 볼 때는 마치 새로운 발견처럼 다가오죠. 특히 각 시기의 카이론이 보여주는 작은 제스처들이 어떻게 서로 응답하는지 알게 되면, 영화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됩니다. 캐스팅의 비밀을 알고 다시 보는 '문라이트'는, 마치 세 개의 퍼즐 조각이 완벽하게 맞춰지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과 같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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