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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ott

패러디 영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by 진프젝 2025. 3. 19.

제인 오스틴의 불후의 명작 '오만과 편견'에 좀비를 넣는다고?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을 들었을 때 다소 황당했던 기억이 나네요. 19세기 영국 귀족 사회의 결혼 풍속도와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장르가 어떻게 한 작품 안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죠. 하지만 버에 스미스와 레이드 감독이 만든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이런 상반된 요소를 하나로 묶어내며 독특한 매력을 선보입니다.

이 영화는 오스틴의 원작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좀비가 창궐한 19세기 영국이라는 대안 역사 설정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고전 문학과 장르 영화의 요소를 독특하게 조합한 이 작품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오만과편견그리고좀비
오만과편견그리고좀비

고전 문학에 좀비를 접목한 대담한 상상력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세스 그레이엄-스미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이 작품은 제인 오스틴의 원작에 좀비 요소를 가미한 패러디 소설로, 2009년 출간 당시 꽤나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었죠. 영화는 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 놀랍게도 원작 '오만과 편견'의 핵심 줄거리와 인물 관계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초 영국 사회, 베넷 가의 다섯 딸들은 모두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습니다. 그중 둘째 딸 엘리자베스 베넷(릴리 제임스)은 강인한 성격과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춘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네, 무술 실력이라고요! 이 세계관에서는 영국이 좀비 바이러스에 의해 점령당한 상태이고, 귀족 자제들은 모두 무술을 익혀 좀비와 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베넷 자매들은 중국 소림사에서 무술을 배웠고, 다른 귀족들은 일본에서 무예를 익혔다는 설정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엘리자베스가 드레스를 입은 채로 좀비들과 싸우는 장면은 우아함과 격투 액션이 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선사합니다. 제인 오스틴의 원작에 등장하는 엘리자베스는 당대 여성들에 비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물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이런 성격을 액션 히로인으로 확장시켜 표현했다고 볼 수 있죠.

원작의 주요 캐릭터인 다아시(샘 라일리)도 좀비 사냥꾼이라는 설정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오만하고 까다로운 성격이지만, 동시에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갖춘 전사이기도 합니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첫 만남부터 갈등, 그리고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리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원작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좀비와의 전투라는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원작 소설의 주요 사건들도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에 맞게 재해석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 윅햄의 나쁜 소문은 좀비 세계관에서 그가 좀비들과 협력한다는 진실로 바뀌었고, 레이디 캐서린 드 버그는 강력한 좀비 사냥꾼으로 그려집니다. 이처럼 원작의 요소들을 유머러스하게 비틀면서도 핵심 서사는 유지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좀비 설정이 가미되면서 작품의 사회적 메시지도 변화했어요. 원작의 계급 문제와 결혼관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유지되면서도, 좀비 바이러스로 인한 새로운 사회 질서와 그에 따른 문제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좀비로 변한 하층민과 귀족 사이의 갈등은 원작의 계급 문제를 좀 더 직접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현한다고 볼 수 있죠.

액션과 로맨스가 공존하는 독특한 장르 혼합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오스틴의 로맨스 소설과 좀비 액션 영화라는 상반된 장르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장르 혼합은 영화 전체에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한 장면에서는 우아한 무도회가 열리고, 다음 장면에서는 좀비들과의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식이죠.

특히 무도회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사교 모임이라는 원작의 설정에 좀비 사냥꾼으로서의 기량을 뽐내는 요소가 더해져 춤과 격투가 섞인 독특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처음 만나는 무도회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견제하며 주고받는 대화가 물리적인 대결로까지 이어지는 장면은 원작의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재미있는 해석이었어요.

액션 장면 자체도 꽤 잘 연출되었습니다. 19세기 복장을 한 여성들이 검과 단검을 휘두르며 좀비들과 싸우는 모습은 시각적으로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베넷 자매들이 함께 좀비들을 물리치는 장면은 원작에서 자매간의 유대를 액션으로 재해석한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로맨스 측면에서도 영화는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는 여전히 오해와 자존심,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죠. 다만 이들의 관계가 좀비 전투를 통해 발전한다는 점이 재미있는 변화였습니다. 서로의 전투 기술을 인정하게 되면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깊어지고, 결국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꽤 자연스럽게 그려졌어요.

하지만 이런 장르 혼합이 항상 완벽하게 어우러지지는 않았습니다. 때로는 로맨스와 액션 사이의 균형이 다소 불안정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원작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액션 장면에 밀려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부분도 있었죠.  좀비 설정에 대한 세계관 구축이 다소 부족해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비주얼과 연기가 만들어낸 독특한 세계관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의 또 다른 매력은 영화의 비주얼적인 요소에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의 고전적인 의상과 건축물, 그리고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현대적 장르의 요소가 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한 미학을 만들어냈어요.

의상 디자인은 19세기 초 영국의 의상을 기본으로 하되, 전투에 적합하도록 변형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엘리자베스의 드레스 아래에 숨겨진 단검이나, 베넷 자매들이 모두 착용한 가죽 벨트와 무기 홀스터 등은 시대극과 액션 영화의 요소를 적절히 조합한 디자인이었죠. 다아시의 멋진 코트와 레이디 캐서린의 화려하면서도 위압적인 의상은 캐릭터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요소였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톤을 잘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릴리 제임스는 엘리자베스 역할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녀는 원작 캐릭터의 지적이고 당찬 성격을 잘 표현하면서도, 액션 장면에서의 역동적인 모습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어요. 샘 라일리의 다아시 역시 고전적인 다아시의 냉정함과 액션 히어로로서의 카리스마를 잘 조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매트 스미스가 연기한 콜린스 목사는 원작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좀비 세계관에 맞게 재해석되어 웃음을 선사했죠. 잭 휴스턴의 윅햄도 원작보다 더 악랄하고 위험한 인물로 그려져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세계관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충분한 배경 설명을 제공하지 않아 세계관 이해에 어려움을 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의 발생 원인이나 확산 과정,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사회의 변화 등이 좀 더 자세히 설명되었다면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좀비물로서의 공포 요소와 오스틴 원작의 위트 있는 대사, 그리고 액션 장면이 때로는 충돌하는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장르 혼합이라는 실험적 시도가 완벽하게 어우러지지 못한 부분도 있었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 이 영화는 독특한 시도와 비주얼로 인해 분명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인 오스틴의 고전 작품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창의성을 인정할 수 있었고, 이런 대담한 시도가 영화에 신선함을 더해주었습니다.

특별한 재미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사랑하는 팬들과 좀비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원작의 주요 대사와 장면들이 좀비 세계관에 맞게 재해석되어 원작 팬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제공합니다.

원작의 유명한 프러포즈 장면이나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핵심 갈등, 그리고 결말부의 화해 과정 등이 좀비 요소와 함께 재창조되었지만, 그 감정적인 힘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첫 번째 프러포즈를 거절하는 장면에서 둘이 실제 전투를 벌이는 설정은 원작의 감정적 갈등을 물리적으로 표현한 재미있는 해석이었죠.

또한 좀비 영화 팬들에게도 19세기 영국이라는 독특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좀비 액션은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전통 무예와 서양 검술이 혼합된 액션 장면들은 새로운 형태의 좀비 전투를 보여주었고, 이는 장르 팬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했을 거예요.

하지만 영화의 이런 하이브리드적 성격은 양쪽 장르의 팬들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키지는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원작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사회 비판은 액션 장면에 밀려 다소 약화되었고, 좀비 영화로서도 충분한 공포와 긴장감을 제공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또한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비평가들의 반응도 다소 엇갈렸는데, 독창적인 시도를 높이 평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장르 혼합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죠. 

결론적으로,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대담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시도로 인해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제인 오스틴의 고전과 좀비 영화라는 전혀 다른 두 장르를 결합하려는 시도 자체가 신선했고, 이런 시도가 완전히 성공적이지 않았더라도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고전 문학의 현대적 각색에 관심이 있거나, 좀비 영화에 새로운 변주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한 번 볼 만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진지한 영화라기보다는 오락영화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완성도나 논리적 일관성보다는 창의적인 시도와 독특한 비주얼, 그리고 액션과 로맨스가 결합된 새로운 경험을 즐기기에 적합한 영화니까요.

19세기 영국 귀족 사회에 좀비가 등장한다는 기발한 설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액션과 로맨스의 절묘한 조화는 분명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만의 독특한 매력입니다. 영화관에서 화려한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독특한 장르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나름 재미있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Ott는 티빙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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