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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2월 종료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

by 오티티가이드 2025. 2. 18.

마이미씽발렌타인
마이미씽발렌타인 / 넷플릭스

안녕하세요! 오늘은 2월에 종료하는 아쉬운 영화 한 편 소개드릴게요.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요." 항상 조금 빠르게 사는 우체국 직원 샤오치(류시양)는 마치 세상과 어긋난 박자로 살아가는 듯합니다. 천쉬핑 감독의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이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루를 통째로 잃어버리면서 시작되는 기묘한 로맨스를 그립니다. 2020년 개봉해 금마장 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한 이 작품은 [1초 앞, 1초 뒤] 의 원작입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

샤오치는 유독 빠른 템포로 살아갑니다.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도착하고, 심지어 영화에서도 늘 결말을 먼저 알아버리죠. 여러분, 그녀의 일상을 보면 웃음이 나올 거예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빠른 동작으로 준비하고, 우체국에서도 손놀림이 빨라서 동료들이 놀랄 정도랍니다. 영화관에서는 어떤지 아세요? 스릴러 영화를 봐도 "아, 범인은 저 사람이겠네~"하고 미리 결말을 맞혀버려서 옆 사람들한테 눈총 받기 일쑤예요ㅎㅎ
반면 남자주인공 양상위는 완전 정반대! 모든 게 느려터졌어요. 매일 버스를 놓치고, 약속시간에 늦고... 근데 웃긴 건 그가 일부러 늦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심지어 그의 주변에서는 시간이 멈추기도 하는데, 이게 나중에 보면 엄청 의미심장한 설정이더라고요. 제가 재미있게 본 장면이 있는데요, 샤오치가 은행에서 일하는 손님한테 엄청 빠르게 우편물 설명하는 장면이에요. 그런데 이 손님이 또 느려터진 성격이라... 두 사람의 템포 차이가 너무 재미있게 표현됐더라고요. "천천히 설명해주시겠어요?"라고 하는데, 샤오치는 더 빨리 설명하고... 이런 일상적인 순간들이 너무 귀엽게 그려져서 계속 미소 짓게 되는 영화입니다. 한편으로는 캐릭터마다 생각나는 지인들이 있어서 더 재미있더라구요.

사라진 하루의 미스터리

영화의 전환점은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날 밤에 찾아옵니다. 잠들기 전 평소처럼 혼자였던 샤오치는 깨어나보니 2월 15일이 되어 있죠. 하루가 통째로 사라진 겁니다. 더 이상한 것은 그녀의 방 안에 낯선 발렌타인 선물이 놓여있다는 것. 이 미스터리한 상황은 영화의 중반부터 양상위의 시점으로 다시 그려집니다. 그가 어떻게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샤오치의 사라진 하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조각조각 밝혀지죠. 이 과정에서 감독은 동일한 순간을 다른 시점에서 보여주며 시간의 상대성을 재치있게 표현합니다.

대만식 판타지 로맨스의 매력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대만 특유의 판타지 로맨스 전통을 잇는 작품입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피아노로 시간 여행을 했다면, 'cape No.7'은 편지로 과거와 현재를 이었죠. '여름 times'에서는 라디오가 시간을 넘나들었고, '나의 소녀시대'는 추억 속 첫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냈습니다.
대만 로맨스 영화의 특별함은 판타지적 요소를 도입하면서도, 그것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마법처럼 자연스럽게 녹여내죠. 예를 들어 이 영화에서 시간이 멈추는 순간도, 화려한 CG나 특수효과 대신 섬세한 연출로 표현됩니다. 카페에 멈춰있는 사람들, 공중에 떠있는 물방울들, 바람에 흩날리다 멈춘 꽃잎까지... 마치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내요.
대만 특유의 도시 정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타이베이의 좁은 골목길, 오래된 우체국, 시끌벅적한 야시장... 이런 공간들이 판타지적 요소와 만나면서 독특한 로맨스의 정서를 만들어냅니다. 현대인의 고독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리는 방식이 할리우드나 일본, 한국의 로맨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죠.

감각적 연출로 만드는 시간의 흐름

영화의 시각적 연출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샤오치의 빠른 일상을 표현할 때는 빠른 편집과 핸드헬드 카메라를 활용하고, 양상위의 느린 시간은 안정적인 스태딕캠으로 담아내죠. 시간이 멈춘 순간에는 원테이크 롱샷을 활용해 그 특별한 순간을 포착합니다. 색감의 활용도 섬세합니다. 평범한 일상은 파스텔톤의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되다가, 시간이 멈추는 순간에는 차가운 블루톤으로 바뀝니다. 이는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고독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내죠.
두 배우의 연기 호흡도 돋보입니다. 류시양은 과잉된 제스처 없이도 항상 서두르는 성격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고, 리국휘는 느긋하면서도 따뜻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합니다. 특히 시간이 멈춘 순간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포착하는 능력이 인상적이에요.

사랑의 타이밍

결국 이 영화는 사랑의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너무 빨리 사는 사람과 너무 느리게 사는 사람이 만나 서로의 리듬을 맞춰가는 과정은, 모든 연인들의 보편적인 과제를 은유합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라는 양상위의 고백은,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그의 능력만큼이나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영화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매우 현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진정한 현재를 놓치고 있는지, 삶의 속도 속에서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이란 어쩌면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이 만나 공통의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은 아닌지.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함께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합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들만의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니까요. 어쩌면 진정한 사랑이란, 각자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아왔지만 서로의 삶 속으로 들어가 점차 서로에게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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