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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ott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메멘토' 사유의 영화

by 오티티가이드 2025. 2. 19.

영화 메멘토
영화 메멘토

"내 아내를 죽인 자를 찾는 중입니다. 문제는 내가 10분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죠."
2000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 이 한 줄의 설정은 정말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재입니다. 아무리 기가막힌 한 줄의 설정이라하여도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것은 쉽지 않을 터인데 정말 스토리적으로 연출적으로도 훌륭한 영화였죠.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 레너드(가이 피어스)가 아내의 살인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기억'과 '진실'이라는 두 개의 불확실한 나침반을 들고 방향을 찾아가야 합니다.

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개봉 당시 2,5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며 놀란 감독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아카데미상 각본상과 편집상 후보에 올랐으며,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미스터리 영화 10선'에 이름을 올렸죠. 비선형적 서사 구조와 혁신적인 편집은 이후 수많은 영화에 영향을 미쳤고, 평단에서는 21세기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시간을 거스르는 내러티브

영화는 두 개의 시간선을 교차해서 보여줍니다. 컬러로 촬영된 장면들은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고, 흑백 장면들은 정방향으로 진행되죠. 마지막 장면으로 시작해서 첫 장면으로 끝나는 컬러 시퀀스는 레너드의 기억 상실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게 만듭니다. 우리도 레너드처럼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되짚어가야 하는 거죠.
그러다 두 시간선이 만나는 지점이 오는데 흑백에서 컬러로 전환되는 순간, 관객들은 지금까지 봤던 모든 장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쾌감이랄까 희열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이는 놀란 감독이 자주 사용하는 '반전'의 시초라고 볼 수 있죠.

기억을 대체하는 도구들

레너드는 자신의 불완전한 기억을 보완하기 위해 세 가지 도구를 활용합니다. 폴라로이드 사진, 메모, 그리고 문신이죠.
각각의 도구는 독특한 의미를 가집니다. 폴라로이드는 순간을 포착하지만, 그 맥락은 담지 못합니다. 그래서 메모를 추가합니다. "이 사람을 믿지 마세요". 하지만 메모까지 적힌 사진조차 '왜' 그 사람을 믿으면 안 되는지는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물론 메모에 더 자세한 정보를 담을 수 있지만, 쉽게 조작될 수도 있습니다. 문신은 가장 영구적이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합니다. 한번 새긴 문신은 지울 수 없으니까요.

진실과 믿음의 경계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의심을 품게 됩니다. "기억이 진실을 보장하는가?" 라는 어떻게 보면 다소 철학적이죠.
레너드가 말하듯 "기억은 현실을 왜곡할 수 있고, 감정에 의해 변형될 수 있습니다." 테디(조 판톨리아노)가 영화 후반부에서 레너드에게 던지는 폭로는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요. 레너드의 아내는 실제로 살해당했을까요? 아니면 인슐린 과다 투여로 죽었을까요? 테디의 폭로가 진실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거짓말일까요? 영화는 이런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에게 '진실'이란 결국 우리가 믿기로 선택한 것일 수 있다는 불편한 가능성을 제시하죠.

시각적 장치의 의미

흑백과 컬러의 교차는 시간의 흐름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흑백으로 촬영된 전화 통화 장면들은 레너드의 과거, 특히 보험 조사원 시절의 샘미 젱키스 사건과 연결됩니다. 이 장면들은 마치 필름 누아르처럼 그림자가 강조된 조명을 사용하는데, 이는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모호한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반면 컬러 장면들은 현재진행형의 혼돈을 보여줍니다. 카메라의 움직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레너드가 혼란스러워할 때마다 카메라는 불안정해지고, 초점도 자주 흐려집니다. 이는 그의 정신 상태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장치죠.

편집이 만드는 심리적 효과

영화의 역진행 구조는 관객들에게 독특한 심리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물론 적응 안되어 헷갈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탈리(캐리-앤 모스)가 레너드에게 친절을 베푸는 장면을 본 후에야, 그녀가 실제로는 레너드를 이용하고 있었다는 이전 장면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관객들도 레너드처럼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편집의 리듬도 의미심장합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장면과 장면 사이의 전환이 빨라지고, 흑백과 컬러의 교차도 더욱 빈번해집니다.이러한 장치들은 레너드의 정신적 혼돈이 극에 달하는 것을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동기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 선택의 의미

영화의 결말(사실은 시작)에서 레너드는 중요한 선택을 합니다. 테디의 폭로를 들은 후, 그는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메모합니다. "진실을 선택하라"는 문신을 한 그가,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을 선택한 것이죠. 이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의 기억 일부분 중엔 어쩌면 레너드의 폴라로이드처럼, 우리가 선택하고 믿기로 한 것들이 남아있을 수 있겠구나... 불편한 진실 대신 편한 거짓을 선택하고 싶을 때가 분명 있었을 거에요.  메멘토는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었답니다. 오래된 작품이여 놓치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추천드립니다. 영화 메멘토 OTT는 쿠팡, 티빙, 왓챠, 웨이브, U+모바일tv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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