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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ott

애비에이터 - 천재성과 강박의 경계에서

by 오티티가이드 2025. 2. 22.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2004년 작 '애비에이터'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설적인 기업가이자 항공 개척자인 하워드 휴즈의 화려한 전성기를 그린 전기 영화처럼 보입니다. 역할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덕분에 더욱 집중이 되었죠. 그러나 이번 시간에는  화려한 성공 이야기 이면에 숨겨진 한 인간의 고통스러운 내적 투쟁, 특히 그를 서서히 무너뜨리는 강박장애(OCD)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곘습니다.

영화 애비에이터
영화 애비에이터

강박장애의 발현과 진행

영화는 어린 하워드가 어머니에게 목욕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외부는 위험해"라는 어머니의 말과 함께 그녀가 아들의 몸을 과도하게 씻기는 모습은, 후에 발현될 그의 강박적 행동의 근원을 암시합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는 강박장애가 종종, 어린 시절의 경험이나 부모와의 상호작용 패턴과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성인이 된 휴즈에게서 강박 증상은 점차 심화됩니다. 처음에는 사회적 상황에서의 경미한 불편함(손 씻기에 대한 집착, 특정 문구의 반복)으로 시작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의 강박은 일상생활을 완전히 지배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죠.
강박장애의 진행 과정을 보여주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휴즈가 화장실에 갇혀 있는 장면입니다.
종이 수건을 사용해 문 손잡이를 만지고, 사용한 수건을 계속 바닥에 쌓아가는 그의 모습은 강박적 행동의 본질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탈출하고 싶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행동 패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이 강박장애 환자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어요.

강박장애의 심리학적 이해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는 원치 않는 생각이나 두려움(강박사고)이 반복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 행동이나 의식(강박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정신질환입니다. 임상심리학에서는 이를 불안장애의 한 유형으로 분류하며, 강박행동은 불안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휴즈의 경우, "구름의 방향으로만 비행기를 움직여야 한다"거나 "미국인이 먹기에 안전한 우유"에 대한 집착이 강박사고의 예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그에게 극도의 불안을 유발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그는 같은 문장을 반복하거나, 손을 과도하게 씻는 등의 강박행동을 보입니다. '오염에 대한 두려움'은 휴즈의 강박 중 가장 두드러진 유형으로, 이는 실제 OCD 환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흔한 형태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가까운 그룹안에서도 비슷한 유형을 가진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거에요. 하지만 그의 "세균 공포증"은 단순한 청결 정도를 넘어서, 심각한 기능 저하를 초래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성취와 병리 사이

영화가 흥미롭게 탐구하는 또 다른 측면은 휴즈의 천재성과 정신병리 사이의 복잡한 관계입니다. 그의 완벽주의적 성향은 항공기 설계나 영화 제작에서는 혁신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만, 동시에 그것은 강박장애의 증상이기도 합니다. H-1 레이서 비행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휴즈는 리벳의 높이까지 완벽하게 맞추길 고집합니다. 이런 극도의 세부 사항에 대한 집착은 전례 없는 공기역학적 혁신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그의 정신 건강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는 강박장애를 포함한 많은 정신질환이 가진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이러한 상태가 특정 분야에서의 뛰어난 성취와 연관될 수 있지만, 그 대가는 개인의 삶의 질과 전반적인 기능 저하일 수 있습니다.

사회적 고립과 관계의 어려움

휴즈의 강박장애는 그의 대인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캐서린 헵번(케이트 블란쳇)이나 에바 가드너(케이트 베킨세일)와 같은 연인들과의 관계에서, 그는 처음에는 매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의 강박적 행동이 관계를 침식시킵니다. 헵번과의 관계는 강박장애가 친밀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그녀는 처음에는 그의 독특한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그의 강박이 심화되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지면서 관계는 무너집니다. 이는 강박장애 환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사회적 고립의 패턴을 반영합니다.
타인에게 이해받기 어려운 강박적 행동과 의식은 종종 관계 유지를 어렵게 만들고, 이로 인한 고립은 다시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통제력과 강박증상

휴즈의 강박은 근본적으로 통제에 대한 욕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비행이라는 본질적으로 위험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활동에 매료되어 있으면서도, 일상에서는 극도의 통제력을 추구합니다. 영화는 특히 그의 비행 사고 후 회복 과정에서 이러한 역설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리적으로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을 때, 그의 강박은 잠시 줄어듭니다. 그러나 다시 통제력을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강박 증상도 함께 돌아옵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강박장애가 종종 통제할 수 없는 세상에서 일종의 안전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불확실성과 불안을 다루기 위한 시도로서, 강박적 행동은 일시적인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고통을 초래합니다.

영화적 표현과 임상적 정확성

스콜세지 감독은 휴즈의 강박장애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영화적 기법을 사용합니다.
클로즈업 샷을 통해 손의 상처나 비누 거품 같은 미세한 디테일을 강조하고, 음향 효과를 통해 휴즈의 주관적 경험(특히 소음에 대한 과민성)을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색상의 활용입니다. 휴즈의 정신 상태가 악화될수록, 영화의 색조는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특히 붉은색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는 그의 '붉은 것에 대한 공포'를 시각화하는 동시에, 그의 내면적 고통을 상징합니다.
강박장애의 증상, 진행 과정, 그리고 그것이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상당히 정확하게 묘사한 편입니다. 디카프리오의 연기 또한 강박장애 환자들이 경험하는 내적 투쟁과 고통을 설득력 있게 표현합니다.

영화는 20세기 중반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당시 정신질환에 대한 제한된 이해와 치료의 한계도 보여줍니다.
휴즈의 고통을 목격하는 현대 관객들은 오늘날이라면 그가 받을 수 있었을 효과적인 치료법(인지행동치료, 특히 노출 및 반응 방지 치료, 그리고 SSRI와 같은 약물)이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한 인물의 성공과 실패를 그려낸 것은 맞으나 영화에 나오는 정신 건강과 질병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한 경험도 함께 알려주게됩니다. 휴즈의 이야기를 통해 천재성과 심리적 취약성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강박장애와 같은 심리적 고통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넓힐 수 있었죠.


영화 '애비에이터'는 정신 건강의 중요성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작품입니다.
휴즈와 같은 인물이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적절한 도움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낙인과 오해가 가져올 수 있는 여러가지 결과값을 상기시킵니다. 강박장애가 단순한 '깔끔함에 대한 선호'나 '완벽주의'가 아닌, 실질적이고 심각한 정신질환임을 분명히 합니다.
휴즈의 고통스러운 여정을 통해, 관객들은 OCD와 같은 상태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깊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외적 성공이 항상 내적 평화와 일치하지 않으며, 심리적 고통이 때로는 가장 성공적이고 재능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존재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어요.
애비에이터 OTT는 웨이브와 유플러스모바일에서 단품 구입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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