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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ott

영화 버드맨에서 보는 인간의 인정 욕구

by 오티티가이드 2025. 2. 15.

영화 버드맨
영화 '버드맨'

2015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버드맨'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걸작입니다. 마이클 키튼,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등 호화로운 캐스팅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죠. 전직 슈퍼히어로 영화배우가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 영화는 단순한 재기 스토리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컴백'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지요.

끝없는 인정 욕구와 자아의 투쟁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한때 '버드맨'이라는 슈퍼히어로로 할리우드에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는 이제 잊혀진 스타가 되어버렸죠.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그가 선택한 건 브로드웨이 무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각색한 연극을 직접 각색하고,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아요.
과연 리건의 선택이 순수히 예술적 열망에서 비롯된 걸까요? 아니면 대중의 인정을 갈구하는 필사적인 몸부림일까요?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내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리건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싸움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버드맨'의 목소리가 들려오죠. 과거의 영광을 상징하는 이 목소리는, 때로는 조롱하고 때로는 유혹하면서 리건을 괴롭힙니다. 정작 진짜 예술을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저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건지... 리건 자신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요.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기 어려운 의도된 연출입니다.
리건은 실제로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망상일까요?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관객들은 리건의 시점에서 이 모호한 현실을 함께 경험하게 되죠. 인상적인 건, 리건이 뉴욕 거리를 날아다니는 장면들이에요. 이게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아니면 그의 망상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겠죠. 중요한 건 리건이 느끼는 감정, 그의 내면의 비상(飛翔)이니까요.

예술가의 자존감과 비평의 무게

이 영화가 특별한 건, 예술가의 자존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이에요. 브로드웨이의 연극계에서는 비평가들의 평가가 작품의 생명력을 좌우하죠. 특히 뉴욕 타임즈의 비평가 타버 역할이 상징적인데요, 그녀는 리건의 시도를 '할리우드 스타의 자기만족적 예술 놀이'로 폄하하려 합니다.  이에 리건은 비평가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을 경멸하는 모습을 보여요.
"당신들은 라벨만 붙이지, 아무것도 위험에 빠뜨리지 않아"라고 외치는 장면... 많은 예술가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찡하기까지 했어요. 리건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자존감과 인정욕구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진정한 예술'을 향한 열망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심리적 동기가 있다 봅니다. 리건은 자신의 과거 성공에 대하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요. '버드맨'으로서의 성공은 그에게 큰 명성과 부를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그를 '가벼운 상업 영화 배우'라는 틀에 가두어버렸거든요.이런 내적 갈등이 그의 자존감을 끊임없이 흔들어놓죠.

리건이 보여주는 자기혐오와 자기과시의 양면성도 흥미롭습니다. 한편으로는 "난 이제 늙었고, 실패자야"라고 자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초능력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죠. 이런 극단적인 자아상의 변동은 불안정한 자존감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그의 딸 샘(엠마 스톤)과의 관계는 이런 복잡한 심리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요. 아버지로서의 인정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예술가로서의 인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거든요. 하지만 이런 시도는 오히려 그들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기도 하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의 비상인데요. 이 순간이 극단적인 시도나 도피가 아닌, 진짜인지 정말 초능력인지 모호한 연출 속에서 인정 욕구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해방의 순간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리건은 마침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거죠. 하지만 이마져도...  그의 '진정한 자아 찾기'는 결국 수많은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는 스펙터클이 되어버리는 것이 참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버드맨'은 현대인의 자존감과 인정욕구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지를 보여줍니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처럼, 리건도 '진정한 나'와 '보여지는 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타인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몇가지 촬영 제작 이야기

'버드맨'은 마치 한 번의 테이크로 촬영된 것처럼 보이는 독특한 촬영 기법을 사용했어요. 이는 영화의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시너지를 내어주었습니다. 끊김 없이 이어지는 카메라워크는 리건의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완벽하게 표현해내거든요.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재즈 드럼 연주로만 이루어진 음악이에요. 즉흥적이고 불안정한 이 리듬이 리건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주죠. 마치 그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를 직접 듣는 것 같았어요.


'버드맨'은 한 예술가의 마지막 비상을 다룬 작품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인정을 갈구하고,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리건의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좋아요'를 갈구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날아오르기를 꿈꾸는 작은 '버드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어쩌면... 그게 전혀 나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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