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개봉한 영화 '파리넬리'는 18세기 유럽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카스트라토(거세 가수)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이 영화는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시대 재현, 그리고 아름다움 목소리의 비결(내가 고자라니!!)을 통해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깁니다.
파리넬리, 18세기의 록스타
영화는 1740년대, 유럽 전역에서 열광적인 팬덤을 거느린 파리넬리(본명 카를로 브로스키)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현대의 록스타를 연상시키는 명성과 인기를 누렸으며, 그의 공연에서는 여성 관객들이 실신하거나 열광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스테판 디오닐리가 연기한 파리넬리는 화려한 무대 위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지만, 사적인 공간에서는 정체성의 혼란과 내적 갈등으로 고통받는 복잡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영화는 파리넬리의 형 리카르도 브로스키(엔리코 로 베르소)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리카르도는 동생의 목소리를 뒷받침하는 작곡가로, 두 사람은 함께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그들의 관계는 형제애를 넘어선 복잡한 의존과 죄책감, 그리고 질투로 얽혀 있습니다.
카스트라토: 음악을 위한 충격적인 희생
영화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카스트라토'라는 관행의 실체를 보여주는 장면들입니다.
카스트라토는 사춘기 이전(보통 8-9세)에 거세 수술을 받아 변성기를 겪지 않도록 한 소년 가수를 의미합니다.
이 잔인한 시술은 소년의 후두 성장을 막아 여성적인 고음을 유지하면서도 성인 남성의 폐활량과 신체적 힘을 결합한 독특한 목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영화는 플래시백을 통해 어린 카를로가 어떻게 이 운명을 맞게 되었는지 보여줍니다. 한 장면에서는 리카르도가 동생을 구하기 위해 열병에 걸린 것처럼 속이고, 수술을 받게 하는 충격적인 배신이 드러납니다.
이 트라우마는 파리넬리의 정체성과 자아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카스트라토 관행의 역사적 배경
카스트라토 관행은 16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약 200년간 지속되었으며, 주로 이탈리아에서 성행했습니다.
이 잔인한 관행이 오랫동안 용인될 수 있었던 데는 여러 배경이 있었습니다.
첫째, 당시 가톨릭 교회에서는 여성이 교회에서 노래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바울의 서한에 따라 "여자는 교회에서 침묵하라"는 원칙이 엄격히 지켜졌고, 교회 음악에서 소프라노와 알토 파트를 담당할 남성 가수가 필요했습니다.
둘째, 17-18세기 오페라에서 영웅적 역할은 대개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를 필요로 했습니다. 카스트라토는 이러한 역할에 이상적이었고, 그들의 독특한 음색과 기술적 능력은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헨델, 모차르트, 비발디 같은 대작곡가들도 카스트라토를 위한 작품을 많이 작곡했습니다.
셋째, 가난한 가정에서는 아들이 카스트라토가 되어 성공하면 가족 전체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미래 성공을 위해 이 잔혹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모든 카스트라토가 파리넬리처럼 성공한 것은 아니었고, 대다수는 평범한 교회 가수로 생을 마쳤습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전성기인 18세기 중반에는 이탈리아에서만 매년 약 4,000명의 소년들이 이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중 성공한 카스트라토는 극소수였고, 대부분은 평생 육체적, 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수술의 사망률도 10% 이상으로 추정되며, 많은 소년들이 수술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관행은 1870년 교황 레오 13세에 의해 공식적으로 금지되었지만, 마지막 카스트라토 알레산드로 모레스키는 1922년까지 바티칸에서 노래했으며, 그의 목소리는 최초로 녹음된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로 역사에 남아있습니다.
영화 속 음악
'파리넬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기술적 성취는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를 재현한 방식입니다. 감독은 남성 카운터테너 데렉 리 래이튼과 여성 소프라노 엥피 시치의 목소리를 디지털 기술로 합성해 카스트라토의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시도로 영화에 더욱 역사적 진정성을 부여하며, 관객들에게는 사라진 음악 형태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헨델, 포르포라, 하세 등 당대 유명 작곡가들의 실제 작품으로, 바로크 시대 오페라의 화려함과 감성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헨델(제러드 크라울리)과 파리넬리의 경쟁과 화해를 그린 장면들은 당시 음악계의 역동성을 잘 보여줍니다.
정체성과 예술의 딜레마
'파리넬리'는 음악 전기영화입니다. 그 시대에서 겪었을 예술을 위한 희생과 정체성의 혼란을 보여주죠. 주인공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변화로 인해 얻은 재능과 성공, 그리고 그로 인한 상실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파리넬리가 자신의 거세를 둘러싼 진실을 알게 된 후, 형 리카르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까지 영화의 전반적인 서사입니다. 그는 음악적 재능을 통해 찬사를 받지만,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한다는 상실감을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이후 파리넬리는 스페인의 필리프 5세를 위해 노래하면서 자신의 예술적 목적과 정체성을 재발견합니다,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장면이죠.
'파리넬리'는 화려한 의상과 세트, 아름다운 음악, 그리고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18세기 음악 세계의 생생한 모습을 그려냅니다. 영화는 상업적 성공뿐만 아니라 칸 영화제에서 기술 대상을 수상하며 예술적 성취도 인정받았습니다.
오늘날 거의 잊혀진 카스트라토의 역사와 그들의 음악적 유산을 볼 수 있어 저도 이 영화는 음악 시간에 틀어줘서 알게 되었습니다. 파리넬리 OTT는 왓챠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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