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트로이트'는 보면서 충격적이기도 했고 맘졸이기도 했던 영화입니다. 1967년 디트로이트라는 도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한 것이기에 더 마음을 무겁게 했죠. 한 술집 단속에서 시작된 작은 사건이 어떻게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비극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화를 모티브로 한 디트로이트
그 당시 디트로이트는 참으로 멋진 도시였습니다. '모터 시티'라고 불릴 만큼 자동차 산업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게되니... 참으로 답답하고 그럴 수 있나 싶었습니다. 백인들은 점점 교외로 빠져나가고, 흑인들이 사는 동네에는 돈이 전혀 투자되지 않았는데요, 이 와중에 경찰의 93%는 백인이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럴 수 있지'하며 수긍할 수도 있는 이 상황이 어떻게 위험한 대치까지 끌고 가게되는지 영화는 차근차근 보여주었습니다.
12번가에 있던 클럽, 여느 일상 속에서 일은 시작됩니다. 베트남 전쟁에 다녀온 군인의 환영파티가 열렸지요. "우린 그저 우리 형제의 귀환을 축하하고 있었을 뿐이에요"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그런 자리를 경찰이 들이닥쳐서는 다짜고짜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이죠. 래리가 이끄는 '드라마틱스' 공연 장면 보셨나요? 그 시절 디트로이트는 모타운이라는 멋진 음악으로 가득했어요. 근데 이런 재능 있는 뮤지션들도 늘 조심해야 했다니... "백인 관객들 앞에서는 조심해야 해"라는 매니저의 말이 참으로 화가나더라구요. 다 똑같은 사람들인데 말이죠.
폭력이 폭력을 부르다
앨지어스 모텔에서 벌어진 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장난으로 시작된 일이 눈덩이처럼 커져 큰 비극으로 이어지게 되었죠... 크라우스라는 경찰관의 이야기가 특히 충격적이었는데요. 알고 보니 그는 이미 두 명의 흑인을 죽인 전력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당방위'로 처리되었더랬습니다. 이런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게임을 하자"는 말로 시작된 그날 밤... 정말 악몽 같았어요. 무고한 사람들을 벽에 세워두고 진짜 총살극처럼 꾸며가는 과정이라니... 옆방에서 들리는 총소리와 비명... 이게 다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는 게 더 소름 돋았어요. 다른 경찰들의 모습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말리지 못하는 경찰, 오히려 더 부추기는 경찰... "넌 이제 말할 준비가 됐나?"라며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모습을 보면서 권력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닫게됩니다.
물론 총기 소지가 가능한 미국에서 경찰의 위치도 중요하단 것은 너무나도 잘 알지만 그것이 과연 그럴만한 사람에게 주어졌는지는 의문입니다.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가장 마음 아픈 건 이 모든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멜빈이라는 보안 경비원의 경우... 정말 진퇴양난이었죠. 흑인으로서 동료들의 고통을 지켜봐야 했지만, 경비원이라는 직책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요. "난 그저 이 사람들이 살아남길 바랐을 뿐입니다"라는 그의 증언을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울었어요.
희생자들의 이야기는 더 가슴 아프죠. 프레드는 그저 공연을 마치고 쉬고 있었을 뿐이에요. "전 가수입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라고 계속 말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큰 조롱거리가 됐죠. 마이클과 리는 친구들과 잠깐 놀러 왔다가 이런 일을 당했고요. 줄리라는 백인 여성의 이야기도 너무 슬펐어요. 그녀는 흑인 음악가들과 친구로 지내고 싶었을 뿐인데... "넌 그들과 어울리면 안 돼"라는 말을 들어야 했죠. 심지어 경찰들은 그녀를 "흑인들의 창녀"라고 부르기까지 했어요. 인종 차별에 성차별까지 더해진 거죠. 재판 과정을 보면서는 정말 화가 났어요. "당신들은 우리를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었습니다"라는 피해자의 절규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요. 하지만 백인 배심원들로만 이뤄진 법정은 결국 가해자들에게 무죄를 선고 했습니다. 증거가 부족하다나... 더 놀란 건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중요한 증거들을 제대로 제시하지도 않았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 평생 그 기억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게... 프레드는 다시는 무대에 서지 못했대요. 멜빈도 경비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요. "그날 밤의 기억은 평생 우리를 따라다닐 거예요"라는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아요. 이런 일들이 다시는 없어야 할 텐데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건,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이런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무거워지는 주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에도, 또 다른 형태로 이런 차별과 폭력이 있진 않은지... 한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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