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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ott

레볼루셔너리 로드. 결혼과 개인의 열망 갈등

by 오티티가이드 2025. 2. 14.

레볼루셔너리로드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타이타닉'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보여줬던 케이트 윈슬렛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11년 만에 다시 만난 영화입니다.
전 세계에 로즈와 잭으로 불멸의 사랑을 보여줬던 두 사람이,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50년대 교외의 평범한 부부로 등장하죠. 다시 만나 영원히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을까요? 아쉽게도 영화는 너무나 현실이었습니다.
그들은 결혼 생활의 균열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부부를 연기합니다. 하얀 울타리로 둘러싸인 완벽한 교외의 집. 여느 평범해보이는 일상 속에서 두 사람의 균열은 벌어지기 시작해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개인의 열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사랑과 결혼 사이의 간극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젊고 매력적인 부부입니다. 서로 얼굴만 보고 살아도 행복하지~ 생각했죠. 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볼수록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점점 사그라지는 사랑의 모습이 보여져요.
사실 에이프릴의 모습은 1950년대 미국 교외의 전형적인 가정주부들이 겪었던 실존적 위기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베티 프리단이 '여성의 신비'에서 지적했던 "이름 없는 문제"가 바로 이런 거였죠.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삶 속에서 서서히 자아를 잃어가는 과정 말이에요.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사이였습니다. 에이프릴은 배우를 꿈꾸는 열정적인 여성이었고, 프랭크는 '멋진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그들은 점점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전형적인 부부의 모습에 갇혀가게되죠. 사회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틀에 맞춰가다보면 그러해집니다. 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해지는 것이죠.

일상의 권태, 그리고 도피

파리행은 이들에게 일종의 도피처였죠.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저녁을 먹고, 잠드는 일상. 서로의 감정적 교류와 대화는 점점 얕아지고 이런 단조로움은 서서히 그들의 영혼을 갉아먹었을거에요.
에이프릴이 그토록 파리로 가고 싶어했던 것은 바뀌는 환경의 힘으로 인해 자신들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을거에요. 하이데거는 권태를 통해 우리가 존재의 본질적 물음과 마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데, 속은 계속 헛헛한 이 감정. 요즘 말로 하면 '확신이 없는' 상태랄까요?
에이프릴과 프랭크도 이런 권태 속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헌데두 사람이 권태에 대처하는 방식은 달랐어요. 프랭크는 회사에서의 승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이웃집 여자와의 불륜 같은 일시적인 자극으로 권태를 달래려 했죠. 반면 에이프릴은 아예 삶의 틀 자체를 바꾸고 싶어했어요.

꿈과 현실의 줄다리기

프랭크가 진급 제안을 받는 장면은 현대에도 통하는 딜레마를 보여줘요. 더 많은 연봉과 안정성... 근데 이게 정말 그가 원하던 삶일까요? 저도 겪어봤고 이미 많은 직장인들도 공감하던 부분이었을거에요.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이 선택이 과연 내가 원하던 모습일까?' 하고 끙끙대던 모습이요. (TMI. 그 당시 선택에 대한 나의 결론은 돈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가장 비극적인 건, 프랭크가 그토록 싫어하던 아버지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게 된다는 거예요. 사르트르가 말한 것처럼, 그는 '선택하도록 선고받은' 상황에서 안락한 삶을 위한 자기기만을 택한 거죠. 회사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안받았을 때의 그의 표정은 정말 복잡해요. 마치 자신의 영혼을 팔아넘기는 것 같은 순간같았네요...
에이프릴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그녀는 안정 대신 변화를 선택하죠. 하지만 이런 선택이 50년대에는 얼마나 파격적이었을까요? 요즘도 직장 그만두고 세계여행 가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말 많은데, 그 시대엔 오죽했으려나.

욕망과 책임 사이에서

임신이라는 소재는 이 갈등을 정점으로 끌어올리게 됩니다. 에이프릴의 임신은 그들의 꿈과 현실을 가르는 결정적 계기가 되죠. 프랭크는 이를 파리 행을 포기할 명분으로 삼고, 에이프릴은 이에 저항합니다. 이 지점에서 50년대 미국 교외 생활이 가진 이데올로기가 극명하게 드러나요. TV에서는 완벽한 주부의 모습이 끊임없이 재생산되었고, 잡지에서는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정형화했죠. 프랭크가 "네가 미쳤어"라고 말하는 순간, 그는 당대 사회가 '히스테리컬한 주부'들을 통제하던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였습니다.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결말로 향하는 과정은 마치 서서히 벼랑 끝으로 걸어가는 것 같은 긴장감이 있어요. 프랭크가 마지막에 파리에 홀로 서 있는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씁쓸했어요. 그가 이전에 그토록 두려워하던 변화와 모험을, 이제는 홀로 마주하고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죠. 한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는지... 영화를 보면서 많은 질문이 떠올랐네요. 파리행과는 상관없이 서로 자신의 삶과 관계의 본질을 마주하는 용기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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