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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ott

블랙(2009)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by 오티티가이드 2025. 2. 24.

영화 블랙
영화 '블랙'

정신의 빛 2009년 인도 영화 '블랙'은 시각과 청각 장애를 가진 미셸의 성장 스토링요. 인간 정신의 잠재력과 교육의 힘을 보여주죠.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드는 생각은 '과연 이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다룰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과 달리 무겁지만 따뜻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현실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더군요.

의사소통의 벽

영화 초반, 어린 미셸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할 방법을 알지 못해 폭발적인 행동을 보입니다.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더 나아가 심리학자 비고츠키가 말한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언어는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사고와 감정을 구조화하는 핵심 도구인데, 미셸은 이 도구를 갖지 못한 상태였죠.
영화가 이 과정을 연출하는 방식은, 카메라를 미셸의 시점으로 하여 세상을 보여주려 합니다. 그래서인지 관객인 우리도 그녀가 언어를 배우기 전의 혼돈스러운 상태를 직접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인지 발달의 과정

미셸의 학습 과정은 일반적인 인지 발달 단계와는 다른 경로를 보여줍니다. 촉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수화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인간의 뇌가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를 신경과학에서는 '뇌의 가소성'이라고 부르죠. 선생님이 미셸에게 촉각으로 세상을 가르치는 장면들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보고 듣는' 학습 방식 말고도 이렇게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걸 이 영화가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감정 교육과 자아의 발견

미셸이 배우는 것은 단어나 개념만이 아니에요. 점차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웁니다.
심리학자 다니엘 고울만이 말한 '감정 지능'의 발달 과정이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 미셸이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그 순간의 연기와 연출이 감정 표현의 어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전달하는데, 배우의 섬세한 표정 연기가 이 장면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어줍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전달하고 싶었을까요!!

교육자와 학생의 유대

데브라즈 선생님과 미셸의 관계는 교사-학생 관계를 넘어섭니다. 이는 심리학자 에릭슨이 말한 '세대 계승성'의 좋은 예시입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미셸의 성장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요즘 입시 중심, 성과 중심의 교육 현장을 보면서 느끼는 아쉬움이 있는데, 이 영화는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주네요.

장애와 정체성

영화는 장애를 가진 사람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섬세하게 다룹니다. 미셸은 자신의 장애를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성장합니다. 이는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말한 '자아실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죠. 영화의 제목 '블랙'이 상징하는 의미도 흥미롭더라고요. 미셸에게 '검은색'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그녀만의 세상을 의미하게 되니까요. 이런 관점의 전환이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영화 후반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선생님을 미셸이 돌보는 장면들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전에 배움을 받던 사람이 이제는 가르치는 사람이 되는 이 역할 전환은, 인간 발달의 순환적 특성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삶의 아이러니를 느꼈어요. 선생님은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예전에 말도 못하던 제자는 이제 선생님을 가르치게 되다니... 하지만 이런 반전이 오히려 영화의 메시지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네요.

'블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의 교육이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전인적 성장의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현대 특수교육의 중요한 원칙과도 일치하죠. 사실 이 영화가 2009년 작품이라는 게 놀라워요. 15년이나 지난 지금 봐도 전혀 낡은 느낌이 들지 않거든요. 그만큼 영화가 다루는 주제와 메시지가 보편적이고 깊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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