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271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메멘토' 사유의 영화 "내 아내를 죽인 자를 찾는 중입니다. 문제는 내가 10분 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죠." 2000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 이 한 줄의 설정은 정말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재입니다. 아무리 기가막힌 한 줄의 설정이라하여도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것은 쉽지 않을 터인데 정말 스토리적으로 연출적으로도 훌륭한 영화였죠.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 레너드(가이 피어스)가 아내의 살인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기억'과 '진실'이라는 두 개의 불확실한 나침반을 들고 방향을 찾아가야 합니다.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개봉 당시 2,5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기록하며 놀란 감독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아카데미상 각본상과 편집상 후보에 올랐으며, 미국영화.. 2025. 2. 19.
기억과 현실 왜곡 철학적 뇌과학적 관점 우리는 모두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그 기억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일까요? 최근 한 친구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나누다가, 같은 사건에 대해 완전히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누군가는 밝고 즐거운 기억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불편하고 어두운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죠. 이런 경험은 우리에게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의 기억은 정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까?" 고대 철학자들부터 현대 뇌과학자들까지, 많은 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왜 왜곡되며, 감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철학과 뇌과학이 바라보는 기억의 특성과 그 현실 왜곡의 메커니즘.. 2025. 2. 19.
왓챠 추천 영화. 127시간. 고립된 공간에서 2003년 4월 26일, 유타 주의 블루존 캐니언. 경험 많은 등반가 아론 랄스턴은 혼자만의 모험을 떠납니다. 아무에게도 자신의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였죠. 그가 협곡 바닥에서 떨어진 바위에 오른팔이 끼어 고립된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 45분. 구조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127시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인간의 생존 의지가 극한의 상황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대니 보일 감독은 2010년 이 놀라운 실화를 스크린에 담아냈습니다.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한 아론은 젊고 자신감 넘치는 등반가입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캐니언에 도착해 두 여행자(케이트 마라, 앰버 탬블린)를 만나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곧 혼자만의 여정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져.. 2025. 2. 19.
넷플릭스 2월 종료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 안녕하세요! 오늘은 2월에 종료하는 아쉬운 영화 한 편 소개드릴게요."모든 것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요." 항상 조금 빠르게 사는 우체국 직원 샤오치(류시양)는 마치 세상과 어긋난 박자로 살아가는 듯합니다. 천쉬핑 감독의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이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하루를 통째로 잃어버리면서 시작되는 기묘한 로맨스를 그립니다. 2020년 개봉해 금마장 영화제에서 5관왕을 차지한 이 작품은 [1초 앞, 1초 뒤] 의 원작입니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샤오치는 유독 빠른 템포로 살아갑니다.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도착하고, 심지어 영화에서도 늘 결말을 먼저 알아버리죠. 여러분, 그녀의 일상을 보면 웃음이 나올 거예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빠른 동작으로 준비하고, 우체국에서도 손놀림이 .. 2025. 2. 18.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가족드라마 지난 설연휴에도 그렇고 얼마전 엄마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 이 드라마를 얘기하시더라구요.오늘은 KBS 새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60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드라마는 옛 시절의 정과 가족의 의미를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돈은 피보다 더 진한 세상에서, 돈 앞에서는 가치도 말뛰기 도룡뇽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냅니다. '돈이 최고'인 더러운 세상, 그 한복판에 무상한 가치가 출몰하는 이야기죠.캐스팅도 화려한데요, 엄지원, 안재욱, 최대철, 김동일, 신박, 이선기 님이 출연진으로 참여하셨습니다. 중년 세대들에게 친숙한 배우들의 등장이 반가움을 더해주고 있어요. 엄지원님과 안재욱님은 저도 반갑더라구요. 80-90년대를 주름잡았던.. 2025. 2. 18.
드라마 체르노빌 다큐시대극이지만 완벽한 공포물 HBO 드라마 체르노빌은 보는 내내 흡입력이 상당했습니다. 1986년 4월 26일,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다룬 HBO의 미니시리즈 '체르노빌'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드라마는 당시 소련의 관료주의와 은폐 문화가 어떻게 재앙을 키웠는지,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적인 노력으로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었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어요.진실을 외면한 대가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가장 큰 비극은 초기 대응의 실패였습니다. 원자로가 폭발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소련 당국의 태도 때문에 주민 대피가 지연되었고, 소방관들은 방사능의 위험성을 모른 채 현장에 투입되었죠. 실제로 사고 직후 프리피야트 시의 4만 9천여 명의 주민들은 36시간 동안 일상적.. 2025. 2. 18.
슬럼독 밀리어네어 - 빈곤과 희망 "2천만 루피를 받고 싶으세요? 그럼 이 질문에 답해보세요." 인도의 한 퀴즈쇼에서 시작된 이 질문은, 한 슬럼가 출신 청년의 놀라운 여정을 펼쳐 보입니다.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가난한 소년 자말이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거쳐 진정한 부자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죠. 2008년 개봉한 이 영화는 전 세계를 사로잡으며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인도 뭄바이의 슬럼가를 배경으로, 한 청년이 인도판 '누가 백만장자가 되길 원하는가'에 출연해 최고 상금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자말 말릭은 뭄바이의 가장 큰 슬럼가 다라비 출신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형 살림과 함께 거리를 떠돌며 살아남았죠. 그 과정에서 만난 라티카는 그의 유일한 희망이 됩니다. 하지만 범죄 조직의 .. 2025. 2. 17.
디트로이트 인권유린 인종차별 모텔 사건 영화 '디트로이트'는 보면서 충격적이기도 했고 맘졸이기도 했던 영화입니다. 1967년 디트로이트라는 도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한 것이기에 더 마음을 무겁게 했죠. 한 술집 단속에서 시작된 작은 사건이 어떻게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비극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실화를 모티브로 한 디트로이트그 당시 디트로이트는 참으로 멋진 도시였습니다. '모터 시티'라고 불릴 만큼 자동차 산업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게되니... 참으로 답답하고 그럴 수 있나 싶었습니다. 백인들은 점점 교외로 빠져나가고, 흑인들이 사는 동네에는 돈이 전혀 투자되지 않았는데요, 이 와중에 경찰의 93%는 백인이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럴 수 있지'하며 수긍할.. 2025. 2. 17.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위험한 동네 아줌마들 "그래요, 그날은 평범한 날이었죠." 이미 죽고 없는 자, 메리 앨리스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위기의 주부들'은 첫 장면부터 기존적인 드라마 전개가 아니여서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어? 벌써 죽고 시작한다고?  '품위있는 그녀'처럼요. 그 당시로는 센세이션했지요. 이 드라마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총 8개의 시리즈를 냈습니다. 위스테리아 레인의 완벽해 보이는 교외 생활 속에서, 네 명의 주부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위기'를 블랙코미디와 미스터리로 풀어낸 수작이에요.죽은 자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메리 앨리스의 갑작스러운 자살은 평화로워 보이던 이웃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그녀가 숨기고 있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요? 드라마는 독특하게도 고인이 된 메리 앨리스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요. 천상에서 내.. 2025.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