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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사이코' 영화로 보는 사회 현상, 존재 증명 도로시 카멜 팟푸리 파우더 파운데이션, 클리니크 폼 클렌저, 허니 앤 아몬드 스크럽으로 시작하는 패트릭 베이트먼의 아침 루틴. 완벽한 외모 관리에 집착하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나르시시즘을 넘어,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한 가면'을 쓰기 위한 의식처럼 보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체성은 점점 더 복잡하고 파편화되어가고 있습니다. 1980년대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아메리칸 사이코'는 이러한 현대인의 정체성 위기와 사회적 가면의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본 글에서는 '살인자' 얘기는 뒤로 하고 그 배경을 좀 더 확대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완벽한 가면 뒤에 숨은 공허함하버드 의과대학의 제임스 매슬로우 교수는 저서 "현대인의 정체성 위기"(2008)에서 "현대 사회의 과도한 이미지 중심주의는 개인의 진정한 자.. 2025. 2. 13.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사이코패스 범죄스릴러 "동전 던지기로 당신의 운명을 결정하겠습니다. 앞면이 나오면 살고, 뒷면이 나오면 죽습니다." 안톤 시거가 주유소 점원 앞에서 동전을 던지며 한 이 말은, 그의 차가운 내면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인간의 생명을 동전 던지기의 우연성에 맡기는 이 순간, 우리는 진정한 사이코패스의 냉혹한 세계관을 마주하게 됩니다.시거의 살인 충동과 사이코패스의 심리기제 하버드 의과대학의 로버트 헤어 박사는 그의 저서 "사이코패스와 마스크"(1993)에서 "진정한 사이코패스는 감정적 공감 능력이 선천적으로 결여되어 있으며, 이는 뇌의 편도체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거의 캐릭터는 이러한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 시거는 살인의 순간에도 어떠한 감정적 동요도 보이지 않습.. 2025. 2. 13.
셜록 드라마로 보는 현대인의 감정 억제 고립 결혼식장에서 동료 경찰관이 살해될 것이라는 추리를 마친 셜록은 웨딩홀의 모든 하객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논리적 추론을 거침없이 풀어놓습니다. 살인자를 밝혀내는 순간에도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의 흔적도 없죠. 오히려 복잡한 사건을 해결한 즐거움만이 역력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보이는 당혹감과 공포는 그의 관심 밖입니다. 이어 그가 내뱉는 한마디, "난 소시오패스가 아냐. 고기능 소시오패스지.'"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이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적 판단만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BBC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셜록 홈즈는 이러한 현대인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인데요. 감정을 "화학적 결함"이라 부르며 철저히 배제하려는 그의 모습은,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정서적 억압의 극단적 단면을 보여줍니다. .. 2025. 2. 13.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정신병원 시스템과 자유의 대립 안녕하세요! 오티티도서관 사서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고전 명작, 1975년 밀로스 포만 감독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입니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인간의 자유와 제도적 억압을 다룬 걸작입니다. 잭 니콜슨이 연기한 맥머피를 통해 통제와 자유, 이성과 광기의 경계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통제 시스템의 상징 - 정신병원영화는 정신병원이라는 폐쇄적 공간을 통해 사회의 억압적 시스템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루이스 플레처가 연기한 래치드 간호사는 이 시스템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녀의 완벽하게 정돈된 유니폼, 기계처럼 정확한 약물 투여 시간, 감정을 배제한 말투는 비인간적 제도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병원의 공간 구성은 의미심장합니다. 투명한 간호사실은 파놉티콘처럼 환자들을 .. 2025. 2. 12.
'뷰티풀 마인드' 정신분열증의 이해와 인간성 탐구 2001년 개봉한 '뷰티풀 마인드'는 노벨상 수상자 존 내쉬의 실화를 바탕으로, 정신분열증(현재는 '조현병'이라고 불립니다)과 싸우며 살아간 천재 수학자의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론 하워드 감독은 러셀 크로우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정신분열증 환자의 내면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해냈는데요, 이 영화는 이후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실화와 영화의 경계실제 존 내쉬의 삶과 영화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시각적 환각이 주된 증상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내쉬는 주로 청각적 환각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그려진 것보다 더 오랜 기간 동안 심각한 증상으로 고통받았으며, 병원 입원 횟수도 더 많았죠. 그의 결혼생활 역시 영화보다 더 복잡했습니다. 앨리.. 2025. 2. 12.
영화 셰프에서 보여주는 3가지 정체성 2014년 개봉한 '셰프'는 존 파브로 감독이 직접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요리사라는 직업을 통해 한 인물의 열정과 성장을 그려낸 영화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소피아 베르가라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조연으로 참여해 더욱 풍성한 앙상블을 보여줍니다. 이야기는 LA의 유명 레스토랑 헤드셰프인 칼 캐스퍼(존 파브로)가 음식 평론가와의 SNS 설전 이후 직장을 잃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전 아내 이네즈(소피아 베르가라)의 도움으로 마이애미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던 그는,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여정에 아들 퍼시(에밀리 앤서니)가 합류하면서, 요리를 통한 가족의 회복이 시작되죠.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헤드셰프에서 푸드트럭 요리사가 되기까지, 주인공의 여.. 2025. 2. 12.
망하고 있는 '나의 완벽한 비서' 마지막화 안녕하세요! 이전에 이미 '나의 완벽한 비서'에 대해 '김비서가 왜 이럴까' 드라마와 비교이야기해 본 적이 있었는데요, 회차를 거듭할 수록 재미도 더해지고 이제 마지막회를 앞 둔 시점인지라 한 번 다시 다뤄보려고 해요.SBS 금토드라마로 방영 중인 이 작품은 시청률 13.9%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미니시리즈 1위를 차지했네요.갈등의 꼭지점이 있는 이번 스토리는 '이코노미 바이러스' 대표 영민이 200억대 투자금을 횡령하고 잠적하자, 회사의 채용을 전담한 '피플즈'의 지윤 역시 투자 사기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요. '이코노미 바이러스'가 급성장할 때 피플즈와 지윤의 이름을 적극 활용했고, 그 이름값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안수수한 고객사들의 계약 해지 문의까지, 피플즈는 일어버린 신용을 회.. 2025. 2. 11.
명작 양들의 침묵, 대면과 회피의 시선, 공포 긴장감 안녕하세요, 오티티도서관 사서입니다. 오늘은 스릴러 영화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양들의 침묵'의 시선 처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1991년 개봉한 이 영화는 조너선 드미 감독의 걸작으로, 아카데미 5관왕을 차지했죠. 시선이라는 요소가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한 영화도 드물어요. 조디 포스터와 앤서니 홉킨스의 시선 교차는 영화의 핵심 서사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었는데요. 오늘은 이 영화가 어떻게 시선만으로도 강력한 서사와 긴장감을 만들어냈는지 자세히 분석해볼게요!대면과 회피의 시선 게임양들의 침묵에서 시선은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핵심 장치예요. 영화의 오프닝부터 이런 의도가 드러나죠. FBI 훈련장에서 클라리스가 훈련받는 장면, 그녀는 유일한 여성으로서 남성들의 시선을 받아요. 이때 카메라는 그녀의 키.. 2025. 2. 11.
킹스스피치로 알아보는 말투와 성격 구축 2010년 개봉한 톰 후퍼 감독의 '킹스 스피치'는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그리고 콜린 퍼스의 남우주연상까지 4관왕을 차지한 이 영화는, 버티 왕자(후의 조지 6세)와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의 이야기를 통해 말투가 어떻게 한 인물의 성격을 구축하고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실제 역사 속 조지 6세는 1926년부터 로그를 만나 13년간 치료를 받았다고 해요! 영화는 이 긴 여정을 2시간으로 압축하면서도, 두 사람의 신뢰 관계 형성 과정을 놓치지 않았죠. 당시 호주 출신의 언어 치료사였던 로그는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들의 외상 후 말더듬증을 치료한 경험이 있었고, 이런 그의 실제 이력은 영화에서 중요한 서사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2025. 2. 11.